[여의도풍향계] 여의도, '쇄신의 시간'…시험대 선 여야 수장
[앵커]
거대 양당의 수장이 본격적인 총선 체제 정비를 위해 서로 다른 승부수를 띄우고 있습니다.
취약점을 극복하고 민심에 다가가고자 총성 없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 움직임과 배경을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어느 때보다 날 선 견제구 속에서도 어쩐지, 여야 모두 반사 이익을 누리진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쇄신의 계절' 앞에 선 여야 대표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체제는 어느덧 취임 100일을 넘겼습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 최고위원들의 잇단 설화에 몸살을 앓기도 했는데요.
김 대표는 최근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당의 안정을 주요 성과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지난 100일 동안 당의 안정화에는 나름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획일적 안정화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면서도 화합을 이루는…"
하지만 총선 체제에선 관리형 리더십을 넘어 보다 확실한 장악력과 존재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
김 대표는 총선 사령관을 자처하는 한편, 민감한 화두인 공천 원칙에 대해서도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검사 공천' 하겠다, '검사 왕국' 하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교섭단체 연설에선 의원정수 감축과 불체포특권 포기 등 굵직한 이슈를 던지며 존재감 부각에 나섰습니다.
"(국회의원) 숫자 10% 줄어도 국회는 잘 돌아갑니다. 엉뚱한 정쟁 유발하는 것, 포퓰리즘에 골몰할 시간에 진짜 해야 할 일 하면 됩니다."
서진(西進) 정책을 통한 호남 민심 구애와, 청년층 공략을 꾸준히 시도하는 이유입니다.
집토끼 지키기에 골몰하다 참패한 21대 총선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각오인데, 진정성을 얼마나 전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고민 역시 깊어보입니다.
대권주자로 이미 존재감을 굳혔던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은 위기의 연속입니다.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더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 등 잇단 악재 앞에 이 대표의 입지는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당 소속 국회의원이 그런 문제(가상자산)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는 말씀을…"
'통합'을 내걸고 당직을 개편하는 등 단일대오를 도모했지만, 계파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상황이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새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혁신위원회 출범입니다.
"혁신기구가 우리 당과 정치를 새롭게 바꿀 수 있도록 이름부터 역할까지 모든 것을 맡기겠습니다."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낙마라는 한차례 곤욕을 치른 뒤, 다시 키를 잡은 건 '김은경 혁신위'.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윤리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습니다."
혁신위는 돈봉투 의혹과 코인 논란을 정조준하고, 공천 시스템 개혁을 예고했습니다.
혁신위 가동에 더해 이 대표는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습니다."
사법리스크와 도덕성 논란에 따른 리더십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분석도 나오는 가운데, 아직 그 파장은 미지수입니다.
서로 다른 혁신의 칼을 빼든 여야의 시선은 지지층 결집에 쏠리고 있습니다.
노동·언론 등 사회 현안을 둘러싼 입법 대치에 더해 최근에는 외교 현안을 둘러싼 선명성 대결에 불이 붙은 모양새입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함께 민주당의 방중 행보를 집중 비판했습니다.
상호주의 원칙을 앞세워 중국인 투표권 제한도 또 한 번 화두로 내건 상태입니다.
반면 민주당은 중국과의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폄하하지 말라며 소속 의원들의 두 차례 방중에 힘을 실었습니다.
여당이 추진하는 중국인 투표권 제한에는 '외국인 혐오', '반중 갈라치기'라고 맞받았습니다.
이미 이에 앞서 장기간 공방이 지속되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입장차가 여전합니다.
대정부 질문과 상임위원회 등 국회 곳곳에선 오염수 방류를 막아야 한다는 야당과 괴담 선동을 중단하라는 여당의 설전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여야 대표는 어민들을 비롯한 수산업계의 어려움과 관련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들고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오염수 아직 배출도 안 했는데 벌써 먹지 말자고 하면 대한민국 어민들 다 굶어 죽으라는 겁니까."
"(폐기물 반대합니다!) 우리 주민들이 다 반대하는 것을 굳이 한다고…"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정치권에 등을 돌리는 무당층의 비율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색깔 경쟁보다 선명한 민생 해법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귀수불심'(鬼手佛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귀신 같은 재주와 부처의 마음이라는 뜻인데요.
솜씨는 날카롭되 마음은 따뜻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회자됩니다.
문제 해결 능력과 함께 국민의 어려움에 먼저 공감하는 진정성을 지닌다면, 불볕 같은 쇄신의 계절을 넘어 한걸음 더 민심에 가까워질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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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김선호
AD 허지수
그래픽 이승찬 이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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